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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생각에 관한 생각』 형편없는 결정을 피하려면

 

결정을 내렸는데 후회하게 될 때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왜 그걸 생각 못했지’, ‘어쩌다가 나는 이런 바보 같은 결정을 한 걸까.’ 이런 생각의 끝에는 다음 질문이 뒤따라 옵니다. ‘바보 같은 결정을 하게 되는 이유를 알게 되면 이런 일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다음에는 더 현명하게 결정할 수 있을 거야.’ 그런 생각으로 집어 든 책이 ‘생각에 관한 생각’입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
THINKING, FAST AND SLOW

 

“에이~ 그래도 나는 결정을 꽤 잘 내리는 편이야.” 혹시 이렇게 생각하시나요? 다음 질문에 답해보면 의외로 그렇지만도 않다고 느낄 겁니다. 문제를 보고 느낌이 오는대로 답을 해보세요.

야구방망이와 공 세트가 1달러 10센트다.
방망이는 공보다 1달러 비싸다.
공은 얼마겠는가?

 

어떤가요? 문제를 보자마자 떠오른 숫자가 혹시 10은 아닌가요? 답을 맞힌 사람이든 아니든 처음에는 아마 1달러와 10센트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을 겁니다.

 

뭔가 이상하죠. 공이 10센트면 방망이는 1달러 10센트고, 둘을 합치면 1달러 20센트가 되니까요. 정답은 5센트입니다. 이 문제는 하버드, MIT 학생들도 50% 이상이 틀렸다고 하네요. 이처럼 사람들은 직관을 지나치게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의 질문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알아차리기도 쉽습니다. 문제는 살면서 마주치는 많은 선택들은 갑자기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는 겁니다. 그래서 생각할 준비가 안 된 채 판단하게 되고, 다른 가능성은 따져보지도 않고 한쪽으로 치우친(편향) 생각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내리는 판단에는 (때론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오류가 생깁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은 약 700페이지에 걸쳐서 어떤 오류들이 있고, 왜 그런 오류가 생기는지 설명합니다.

 

이런 오류가 있다는 걸 알기만 해도 그런 상황을 마주쳤을 때 알아챌 확률이 좀 더 높아지지 않을까요? 책에 나온 오류 중 몇 개를 소개합니다.

 

 

1. 틀짜기 효과

 

질문을 읽고 생각나는 대로 대답해주세요.

9만 5천원을 딸 확률이 10퍼센트이고 5천원을 잃을 확률이 90퍼센트인 도박이 있다면 하겠는가?
10만원에 당첨될 확률이 10퍼센트이고 꽝이 나올 확률이 90퍼센트인 복권을 5천원에 사겠는가?

 

두 번째 질문을 다 읽을 즈음에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나요? 이거 말만 바꿨지. 완전히 똑같은 문제가 아닌가? 맞습니다. 그럼 답도 똑같아야 할 텐데 실제론 그런 사람이 드물다고 하네요.

 

두 번째 질문에 훨씬 더 긍정적인 대답을 한다고 합니다. 두 문장은 논리적으로 같습니다. 하지만 각 질문이 건드리는 감정은 다릅니다. 첫 번째 질문의 ‘손실’은 두 번째 질문의 ‘비용’보다 부정적인 느낌이 훨씬 강합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 나오는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요즘 얼마나 행복한가?
지난달 데이트를 몇 번 했는가?

 

핵심은 두 대답의 상관관계에 있습니다. 데이트를 여러 번 했다고 말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했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순서만 바꿔서 물어봤습니다. 

 

지난달 데이트를 몇 번 했는가?
요즘 얼마나 행복한가?

 

그러자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데이트 횟수와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의 상관관계가 심리학 측정에서 나올 수 있는 치고치로 나타났습니다. 행복에 대한 대답을 데이트에 대한 대답으로 바꿔서 대답한 겁니다. 이처럼 질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합니다.

 

 

2. 보이는 것이 전부

 

스티브는 아주 수줍고 내성적이며 언제든 남을 돕지만 사람이나 현실 세계에 관심은 거의 없다. 온순하고 찬찬한 그는 질서와 체계를 중시하고 아주 꼼꼼한 남자다. 스티브는 사서일 확률이 높을까, 농부일 확률이 높을까?

 

딱 봐도 사서일 확률이 높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와 관련이 있지만 무시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미국에는 남자 농부가 남자 사서의 무려 20배가 넘는다는 겁니다. 도서관보다 논과 밭에서 내성적인 스티브를 발견할 확률이 높다는 거죠.

 

이렇게 어림짐작 만으로 판단하는 오류가 생깁니다. 비슷하거나 대표되는 특성으로 생각되는 것들이 쉽게 떠오르기 때문이죠. 여기에는 '생각에 관한 생각'에 나오는 여러가지 오류와 편향이 영향을 미칩니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만큼 그것이 맞다고 생각할 여지가 큽니다.(회상 용이성) 어떤 특성으로 대표되는 것과 유사할 때 그것이 맞다고 생각할 여지도 큽니다.(대표성 착각) 이렇게 떠오른 것들이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을 때 자신의 생각에 주목하기 쉽고(주목 착각), 통계를 무시하게 됩니다.(기저율 무시)

 

오류가 왜 생기는지 아는 것만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방망이와 공 문제처럼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속아넘어가는 일이 많죠. 도움이 될만한 방법을 두 가지 소개합니다.

 

 

1. 자아고갈 피하기

 

인지적이든 감정적이든 육체적이든 모든 형태의 자발적 노력에는 서로 공유하는 정신 에너지가 소모된다. - 심리학자 조이 바우마이스터

 

고민되는 선택을 여러 번 하기, 감정 억누르기, 체력을 많이 쓰는 활동 등 무언가를 억지로 해야 했다면 다음 작업에서는 자기 통제력을 발휘할 의지나 능력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이를 자아 고갈이라 부릅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이성의 역할이 약해져 직관적인 선택을 하고 그것이 다음과 같은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 충동구매를 해서 필요 이상으로 돈을 쓴다
  • 건강한 식습관에서 벗어나 술이나 기름진 음식을 잔뜩 먹는다
  • 인지 능력과 결정력이 떨어진다.

 

그러니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이런 상태를 피하는 게 좋습니다. 수많은 결정을 하고 체력을 쓴 ‘저녁’보다는 ‘아침’이 좋겠죠. 미국의 한 가석방 연구에서는 식사 시간 직전에는 0%에 가까웠던 승인 비율이 식사 후에는 65%로 올랐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정신 에너지를 회복할 시간을 가진 다음 판단을 한다면 선택에 도움이 될 겁니다.

 

 

2. 계획 오류 줄이기(참고 부류 예측)

 

예측 방식을 개선해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에 대한 단일한 충고로는 가장 중요한 충고가 아닐까 싶다. 위험이 따르는 비슷한 다른 사업에서 나온 정보를 이용하는 것을 ‘외부 관점’을 택한다고 말하며, 이 방법으로 계획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다. - 기획 전문가 벤트 플루비에르

 

계획을 짜다 보면 작업 결과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예측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계획 오류를 바로 잡는 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적절한 참고 부류(주방 개조, 대규모 철도 프로젝트 등)를 찾아낸다.
  2. 참고 부류의 통계를 입수한다(철도 1마일당 비용, 지출이 예산을 초과한 비율 등). 이 통계를 이용해 기준치 예측을 내놓는다.
  3. 이 프로젝트에서 비슷한 다른 프로젝트보다 낙관 편향이 나오리라 예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해당 사례에만 제공되는 특별한 정보를 이용해 기준치 예측을 수정한다.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최상에 가까운 시나리오를 짤 때, 비슷한 사례의 통계를 참고하면 더 나은 예측을 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결정할 게 생기면 당연히 주어진 정보를 최대한 이용해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최선의 결정이라 생각한 것들이 사실은 최악의 결정일 때도 있습니다.

 

빠른 직관이 느린 이성을 이기는 경우가 많고, 이성을 최대한 동원해 천천히 생각한다 해도 빠른 직관이 제공한 정보를 이용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오류를 피하는 데는 개인보다 조직이 쉽다고 합니다. 조직은 당연히 좀 더 천천히 생각하고, 체계적 절차를 도입할 힘이 있기 때문이죠.

 

미처 소개하지 못했지만 오류를 피하는 방법에 관심이 있다면 '생각에 관한 생각'에 나오는 다음 내용을 추천합니다.('베이즈식 추론' 적용하여 직관적 예측 수정하기, '실패 사전 점검' 같은 체크리스트 활용하기)

 

700페이지의 방대한 내용을 최대한 지루하지 않게, 요점만 전달하려 하다 보니 설명마다 너무 여러 가지 요소를 욱여넣게 됐습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는 하나씩 자세히 그리고 보다 쉽게 설명이 되어있습니다. 경제학과 심리학에 관한 책이다 보니 마케팅이나 세일즈, 심지어 정책에도 참고할 사항이 많아 보입니다.

 

 

 

같이 보면 좋은 책도 추천합니다

<스틱> : 회상 용이성과 기저율 무시를 이용해 의외성 요소(원칙 2)로 눈에 띄는 메시지 만들기 

<클루지> : 진화심리학으로 알아보는 심리적 오류가 생기는 이유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 : 입소문을 만드는 실용적 가치의 법칙(챕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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